그래서 제가 쉬지 않고 사랑하는 겁니다 사랑하는 한 지칠 수 없거든요
maesil..
2024. 4. 21.

 
 
🏷️ 당신과 함께 여기 앉아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그지같은 일도 아름다운 일이 돼요. 견딜만한 일이 돼요. 연기하는 거에요. 사랑받는 여자인 척,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 척. 난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그래서 편안한 상태라고 상상하고 싶어요. 난 벌써 당신과 행복한 그 시간을 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당신 없이 있던 시간에 힘들었던 것보다 당신을 생각하면서 힘을 냈다는 게 더 기특하지 않나요?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긴 긴 시간 이렇게 보내다간 말라죽을 것 같아서 당신을 생각해 낸 거에요. 언젠가를 만나게 될 당신. 적어도 당신한테 난 그렇게 평범하지만은 않겠죠. 누군지도 모르는 당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만나지도 않은 당신. 당신. 누구일까요.
 
 
🏷️ 얼른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겨울엔 또 그럴걸. 얼른 여름왔으면 좋겠다고. 지금 기분 잘 기억해뒀다가 겨울에, 추울 때 다시 써먹자. 잘 충전해뒀다가, 겨울에.
그럼 겨울 기억을 지금 써먹으면 되잖아요. 추울 때 충전해둔 기분 없어요?
 
 
🏷️ 남자가 왜 없어요? 어? 이렇게나 많은데? 80점짜리를 찾으니까 남자가 없지. 상대가 80점이어도 모자란 20 때문에 남자 족치고, 더 괜찮은 남자 없나 짱 보고, 그러잖아요, 언니. 근데 무슨 아무나 사랑한다고. 난 텄다고 봐. 아니, 나는 20점짜리도 그 20이 좋아서 사귀는데? 20이 어디야? 좋은 게 20씩이나 있는데, 어? 어쩌다 30점짜리 만나면 '아이고, 감사합니다', 어? 40점짜리 만나면 대박. 그, 자기가 80점이라서 80점짜리를 찾는 거면 내가 이해를 해. 언니 솔직히 내가 몇 점짜리인지 얘기해 줘요? 오늘 아주 적나라하게 점수 좀 찍어 줘?

야.

 
아,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좀 알라고요. 남들 다 언니를 아는데 이렇게 언니만 언니를 모를까. 아, 그리고 하지도 않을 거잖아요. 안 할 거잖아요, 아무나 사랑.
 
 
🏷️ 사람들은 말을 참 잘하는 것 같아.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말로 끼를 부리기 시작해. 말로 사람 시선 모으는 데 재미 붙이기 시작하면 막차 탄 거야. 내가 하는 말 중에 쓸데 있는 말이 하나라도 있는 줄 알아? 없어, 하나도. 그러니까 넌 절대 그 지점을 안 넘었으면 좋겠다. 정도를 걸을 자신이 없어서 샛길로 빠졌다는 느낌이야. 너무 멀리 샛길로 빠져서 이제 돌아갈 엄두도 안 나. 나는 네가 말로 사람을 홀리겠다는 의지가 안 보여서 좋아. 그래서 네가 하는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귀해.
 
 
🏷️ 다시 태어나면 언니로 태어나고 싶어.

전생에 너처럼 살다가 '다시 태어나면 막 살아야겠다' 한 게 지금 나고, 또 나처럼 이렇게 살다가 '아, 이것도 아닌가보다. 다시 태어나면 단정하게 살아야겠다' 한 게 지금 너야. 너나 나나 수없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왔다 갔다 했어. 왜 이래, 순진한 척.
 
 
🏷️ 우리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쨍하고 햇볕 난 것처럼 구겨진 것 하나 없이.
 
 
🏷️ 초등학교 1학년 때 20점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시험지에 부모님 사인을 받아 가야 했는데, 꺼내진 못하고 시험지가 든 가방만 보면 마음이 돌덩이처럼 무거웠어요. 사인은 받아야 하는데 보여 주면 안 되는, 해결은 해야 되는데 엄두가 나질 않는, 지금 상황에서 왜 그게 생각날까요? 뭐가 들키지 말아야 하는 20점짜리 시험인지 모르겠어요. 남자한테 돈 꾸어준 바보 같은 나인지, 여자한테 돈 꾸고 갚지 못한 그놈인지, 그놈이 전 여친한테 갔다는 사실인지. 도대체 뭐가 숨겨야 되는 20점짜리 시험인지 모르겠어요. 그냥 내가 20점짜리인 건지.
 
 
🏷️ 지쳤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 왜 매일 술 마셔요?
 
아니면 뭐 해?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개새끼, 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 같을 거예요. 당신은 무슨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 내가 뭐 하고싶은 인간으로 보여? 너 내 이름 알아? 나에 대해서 아는 거 있냐고. 내가 왜 이런 시골 구석에 쳐박혀서 이름도 말 안 하고, 조용히 살고 있겠니.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고. 사람하고는. 아무것도. 너 남자한테 돈 빌려줬지? 사내새끼들도 여우야. 돈 빌려 가고도 적반하장으로 지랄 떨면 찍소리 못하고 찌그러들 여자, 알아본 거라고. 뚫어야 될 문제는 뚫어. 엉뚱한 데로 튀지 말고.

그 자식이 돈을 다 갚으면 아무 문제 없을까? 그래도 똑같은 거 같은데. 한 번도 채워진 적 없고, 거지 같은 인생에, 거지 같은 인간들, 다들 잘난 척. 아무렇게나 쏟아 내는 말. 말.

미안하다, 나도 개새끼라서. 너는? 넌 누구 채워준 적 있어?
 
 
🏷️ 배우는 건 그만 하고 싶어. 수영을 배우는 데, 자유형이 안 됐어. 근데 여럿이 하는 거니까 배영으로 넘어가고, 평영으로 넘어가고, 학교 수업이랑 같아. 난 구구단을 떼지 못했는데, 분수로 넘어가고. 그 뒤로 난 그냥 앉아 있는 거야. 동호회에서도 똑같은 짓 반복하기 그렇잖아. 그리고 나는 뭐 재밌는 게 없어.
 
 
🏷️ 내가 영화를 혼자 봐서 헤어진 걸로 만들고, 걔가 새벽에 딴 놈이랑 톡해서 헤어진 걸로 만들어야 돼. 절대로 내가 별 볼일 없는 인간인 거 그게 들통나서 헤어지는 게 아니라! 나도 알아. 걔가 쥘 수 있는 패 중에 내가 최고의 패는 아니라는거. 더 좋은 패가 있겠다 싶겠지. 나도 알아.
 
 
🏷️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개새끼들도 시작점은 다 그런 눈빛. '넌 부족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빛.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된 것 같은 하찮은 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 우리를 지치고, 병들게 했던 건, 다 그런 눈빛들이었다.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고자 달려들었다가 자신의 볼품없음만 확인하고 돌아서는 반복적인 관계. 어디서 답을 찾아야 될까?
 
 
🏷️ 죄송해요, 제가 너무 힘들어서. 밤만 되면 이 팔다리랑 목을 다 분해해서 깨끗하게 기름칠하고 아침에 다시 끼우고 싶다니까요.

그래서 제가 쉬지 않고 사랑하는 겁니다. 사랑하는 한 지칠 수 없거든요.
 

 
🏷️ 이상하게 마주 보고 앉는 게 불편하더라고. 사람을 정면으로 대하는 게 뭔가 전투적인 느낌이야. 공백 없이 말해야 된다는 것도 그렇고. 어딜 가나 속 터지는 인간들은 있을 거고, 그 인간들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거고, 그럼 내가 바뀌어야 되는데 나의 이 분노를 놓고 싶지 않아. 나의 분노는 너무 정당해. 이 분노를 매번 꾹 눌러야 되는 게 고역이야.
 
 
🏷️ 사람들은 천둥 번개가 치면 무서워하는데 전 이상하게 차분해져요. 드디어 세상이 끝나는구나. 바라던 바다. 갇힌 것 같은데 어디를 어떻게 뚫어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냥 다 같이 끝나길 바라는 것 같아요. 불행하진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 이대로 끝나도 상관없다. 어쩔 땐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사람들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정직한 사람들 아닐까 그래요.
 
 
🏷️ 어디에 갇힌 건진 모르겠지만 뚫고 나가고 싶어요. 진짜로 행복해서 진짜로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아, 이게 인생이지', '이게 사는 거지' 그런 말을 해보고 싶어요.
 
 
🏷️ 확실해? 봄이 오면 너도 나도 다른 사람 되어 있는 거?

 
확실해.

 
추앙은 어떻게 하는 건데?

응원하는 거. 넌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
 
 
🏷️ 오다가 말아. 맨날 오다 말아. 나는 큰 사람이다.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다.
 
 
🏷️ 생각해보니까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것 같은 사람들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다 불편한 구석이 있어요. 실망스러웠던 것도 있고, 미운 것도 있고, 질투하는 것도 있고, 조금씩 다 앙금이 있어요. 사람들하고 수더분하게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혹시 그게 내가 점점 조용히 지쳐가는 이유 아닐까, 늘 혼자라는 느낌에 시달리고 버려지는 느낌에 시달리는 이유 아닐까.
 
 
🏷️ 한 번 만들어 보려고요. 그런 사람. 상대방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거에 나도 덩달아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고, 그냥 쭉 좋아해 보려고요. 방향없이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이젠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요.
 
 
🏷️ 가짜로 말해도 채워지나? 이쁘다, 멋지다, 아무 말이나 막 할 수 있잖아.

말하는 순간 진짜가 될텐데? 모든 말이 그렇던데. 해 봐요 한 번, 아무 말이나.

...
 
 
🏷️ 누구랑 있으면 좀 나아 보일까. 누구랑 짝이 되면... 그렇게 고르고 골라놓고도 그 사람을 전적으로 응원하지는 않아. 나보단 잘나야 되는데 아주 잘나진 말아야 돼. 전적으로 준 적도 없고, 전적으로 받은 적도 없고. 다신 그런 짓 안 해. 잘 돼서 날아갈 것 같으면 기쁘게 날려보내 줄 거야. 바닥을 긴다고 해도 쪽팔려 하지 않을 거야.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해도 인간 대 인간으로 응원만 할 거야. 부모한테도 그런 응원 못 받고 컸어, 우리.
 
 
🏷️ 옛날엔 사과하는게 참 멋진 행동이었는데, 그쵸? 어떤 한 인간이 뼈를 깎는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용기있게 하는 행동이 사과였는데. 쓰읍... 언제부터 사과가 강요에 의한 비굴한 행동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이제 더 이상 용기있게 사과하는 사람을 볼 때의 그 감동을 느끼기 힘들어졌다는 게 참... 그래요.

근데 저, 사과하고 싶어요. 그때.

하셨잖아요, 그때. 로또도 열 장이나 주셨으면서.

아니요, 제대로 안 했어요. 대충 어물쩍 넘어갔어요. 비록 이혼했지만 제일 잘한 게 결혼이라는 말, 어? 결혼 안 했으면 어디가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만나겠냐는 말. 오랫동안 마음에 박혀 있었어요. '아, 그렇겠구나' 그렇게 소중한 관계를 제가 술자리에서 함부로 떠들었어요. 죄송합니다.
 
 
🏷️ 싫을 때는 눈 앞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싫어. 말을 걸면 더 싫고. 쓸데없는 말을 들어줘야 하고 나도 쓸데없는 말을 해 내야 되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중노동이야.

나도 그런데. 하루 24시간 중에 괜찮은 시간은 한두시간 되나? 나머지는 다 견디는 시간. 하는 일 없이 지쳐. 그래도 소몰이하듯이 어렵게 어렵게 나를 끌고 가요.
 
 
🏷️ 자꾸 답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두고 봐라. 나도 이제 톡 안 한다. 그런 보복은 안 해요. 남자랑 사귀면서 조용한 응징과 보복 얼마나 많이 했게요. 당신의 애정도를 재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아요. 그냥 추앙만 하면 되니까.
 
 
🏷️ 겨우내 골방에 갇혀서 마실 때. 자려고 하면 가운데 술병이 있는데, 그거 하나 저쪽에다 미는 게 귀찮아서 가운데 놓고 무슨 알 품는 것처럼 구부려서 자. 그거 하나 치우는 게 무슨 내 무덤에서 나와서 벌초해야 하는 것처럼 암담해. 누워서 소주병 보면 그래. '아, 인생 끝판에 왔구나. 다신 돌아갈 수 없겠구나' 백만 년 걸려도 못할 거 같은 걸 오늘 해치웠다.
 
 
🏷️ 무슨 일 있었는지 안 물어. 어디서 어떻게 상처 받고, 이 동네로 와서 술만 마시는지 안 물어. 한글도 모르고 ABC도 모르는 인간이어도 상관없어. 술 마시지 말라는 말도 안 해. 그리고 안 잡아. 내가 다 차면 끝.
 
 

 
🏷️ 무섭다. 앉든가.

어디까지 더 끝장을 봐야 하는데? 이꼴저꼴 안 보고 깔끔하게 잘 끝냈다 말해줘도 되잖아. 왜 자꾸 바닥을 보래? 인터넷에서만 보던 남자한테 돈 뜯기는 빙신같은 게 나라는 거. 엄마, 아버지, 세상사람들 다 알게 난장 까야돼?

그래. 무섭지. 그 새끼가 너 그러는 거 아니까 그 따위로 나오는 거야.

돈 문제 얽히면서 나 보자마자 골치아픈 얼굴 하는 거 견뎠어. 짜증스러워하는 얼굴 보면 다 내가 잘못한 것 같고, 꿔간거 달라고 하는 것도 죄진 것 같고, 그냥 이런 일로 엮인 거 자체가 다 내 잘못인 것 같고, 어쩔 수 없이 난 이래. 문제있는 남편이랑 사는 거 이해 안 된다고 도와준답시고 억지로 뜯어대는 사람들이 난 더 이해가 안가. 제발 그냥 두라고. 내가 아무리 바보멍청이 같아도 그냥 두라고. 도와달라고 하면 그때 도와달라고. 사람하고 끝장보는 거 못하는 사람은 못한다고. 얼굴 붉히는 것도 힘든 사람한테, 왜 죽기로 덤비래.

나한텐 잘만 붉히네.

넌. 날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뭔 짓을 못해. 그러니까 넌 이런 등신 같은 날 추앙해서 자뻑에 빠질 정도로 자신감 만땅 충전돼서 그 놈한테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야무지게 할말 다할 수 있게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라고. 누가 알까 조마조마하지 않고 다 까발려져도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게. 날 추앙하라고. 

먹어. 손 떨던데. 드셔. 추앙하는 거야. 먹어.

물.

너 내가 어떤 인간인 줄 알면 깜짝 놀란다. 나 진짜 무서운 놈이거든. 옆구리에 칼이 들어와도 꿈쩍 안 해. 근데, 넌 날 쫄게 해. 니가 눈 앞에 보이면 긴장해. 그래서 병신같아서 짜증 나. 짜증 나는데 자꾸 기다려. 응? 알아라 좀. 염미정. 너 자신을 알라고.

더 해보시지? 좋은데?
 
 
 
🏷️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세 살 때, 일곱 살 때, 열아홉 살 때. 어린 시절에 당신 옆에 가 앉아서 가만히 같이 있어주고 싶다.
 
있어주네, 지금... 내 나이 아흔이면 지금이 어린 시절이야.
 
 
🏷️ 넌 상황을 자꾸 크게 만들어. 불행은 잘게 잘게 부숴서 맞아야 되는데 자꾸 막아서 크게 만들어. 난 네가 막을 때마다 두려워. 막았다.. 얼마나 더 큰 게 올까? 본능이 살아있는 여자는 무서워. 너. 무서워.
 
 
🏷️ 똑같은 인간을 놓고도 사랑하지 못할 만한 이유 천 가지를 대라면 대고, 사랑할 만한 이유 천 가지를 대라면 또 대. 염창희 몰라? 정아름 서클 렌즈 낀 것까지도 욕하는 거. 야, 나도 껴. 나를 사랑하는 이유 천 가지에도 서클 렌즈가 들어가고, 정아름을 미워하는 이유 천 가지에도 서클 렌즈가 들어가. 이유 같은 게 어디 있냐? 그냥 좋아하기로 작정하고 미워하기로 작정한 거지.
 
 

 
🏷️ 할 말 없나?

 
웬일이냐, 지겨운 여자들이 하는 얘기를 다 하고. 사과해야 되나. 할 말 있으면 니가 해. 여자들은 꼭 맡겨 놓은 거 있는 것처럼 툭하면 뭘 달래. 내가 너한테 빚졌냐? 인생이 그래. 좋다 싶으면 갑자기 뒤통수 후려치고. 뭐 마냥 좋을 줄 알았냐?
 
누가 다이아몬드 달래?

 
다이아몬드가 더 쉬워. 추앙이 뭐냐? 난 몰라.
 
븅...
 
들개한테 팔뚝 물어뜯길 각오하는 놈이 그 팔로 여자 안는 건 힘들어? 어금니 꽉 깨물고 고통을 견디는 건 있어 보이고, 여자랑 알콩달콩 즐겁게 사는 건 시시한가 보지? 뭐가 더 힘든건데? 들개한테 물어뜯기고 코 깨지는 거랑 좋아하는 여자 편하게 해주는 거랑 뭐가 더 어려운건데? 나보고 꿔 간 돈도 못 받아내는 등신 취급하더니 지는...
 
 
 
🏷️ 이름이 뭐든, 세상 사람들이 다 욕하는 범죄자여도 외계인이어도 상관없다고 했잖아. 근데 그게 뭐? 난 아직도 당신이 괜찮아요. 그러니까 더 가요. 더 가 봐요. 아침 바람이 차졌단 말예요..
 
 
 

 


🏷️ 화내서 한 번도 기분이 나아진 적이 없어. 화를 안 내고 넘어가면 이삼일이면 가라앉을 거 화내고 나면 열흘은 넘게 가.

인간이 쓸쓸할 때가 제일 제정신 같아요. 그래서 밤이 더 제정신 같아.
어려서 교회 다닐 때 기도 제목 적어내는 게 있었는데 애들이 쓴 거 보고, '이런 걸 왜 기도하지? 성적, 원하는 학교, 교우 관계...
고작 이런 걸 기도한다고? 신한테? 신인데?
난 궁금한 건 하나밖에 없었어 '나 뭐예요? 나 여기 왜 있어요?'
91년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고 오십 년 후면 존재하지 않을 건데,
이전에도 존재했고 이후에도 존재할 것 같은 느낌
내가 영원할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에 시달리면서도 마음이 어디 한 군데도 한 번도 안착한 적이 없어.
이불 속에서도 불안하고 사람들 속에서도 불안하고

난 왜 딴 애들처럼 해맑게 웃지 못할까 난 왜 늘 슬플까 왜 늘 가슴이 뛸까 왜 다 재미없을까. 인간은 다 허수아비 같아 자기가 진짜 뭔지 모르면서 그냥 연기하며 사는 허수아비.
어떻게 보면 건강하게 잘 산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모든 질문을 잠재워 두기로 합의한 사람들일 수도,
‘인생은 이런 거야’라고 어떤 거짓말에 합의한 사람들
나는 합의 안 해. 죽어서 가는 천국따위 필요 없어.
살아서 천국을 볼 거야.
 
 
🏷️ 애는 업을 거야. 당신을 업고 싶어. 한 살 짜리 당신을 업고 싶어.

그러니까 이렇게 살지.

나는 이렇게 살 거야.
 
 
🏷️ 행복한 척하지 않겠다.
불행한 척하지 않겠다.
정직하게 보겠다.
나를 떠난 모든 남자들이 불행하길 바랐어.
내가 하찮은 인간인 걸 확인한 인간들은 지구상에서 다 사라져버려야 되는 것처럼 죽어 없어지길 바랐어.
당신이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길 바랄 거야.
숙취로 고생하는 날이 하루도 없길 바랄 거야.
 
 
🏷️ 사내놈 하나 떠난 게 뭐 대수라고. 행복한 게 무서워 도망친 새끼.
 
 
🏷️ 엉뚱한 곳에 나를 던져 놓으면 아주 잠깐 어떤 틈새가 보여요.
아... 내 머리 속에 이런 게 있었구나. 
버려진 느낌...
 
 
🏷️ 역시 우린 이런 들이 어울려.
 
편하지, 나무, 바람, 돌은 우리를 거슬리게 하지 않잖아.
 
사람들 많은데서는 이상하게 신경이 곤두 서. 커피숍 옆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사람도 거슬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앉아있었는데.
 
우린 그냥 인간을 싫어하는 듯.
 
나만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걷다가 앞에서 누가 오면 그 사람도 거슬리지 않아요? 저 사람도 우리가 거슬릴까?
 
일 대 다수일 때는 항상 1이 거슬려. 다수는 1을 거슬려하지 않아. 1은 늘 경계태세야. 1이라. 너만 만나면 이상해. 생각지도 못한 말이 줄줄 나와.
 
우린 2야, 아님 1대 1이야?
 
너 나 경계하냐
 
진작 전화하지.
 
 
 
🏷️ 한시간 반만에 딴 사람이 돼서 왔네.

야 인생이 이래. 하... 좋다 싶으면 바로. 하루도 온전히 좋은 적이 없다.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트여도 살 만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 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

여전히 한 발, 한 발 어렵게, 어렵게 가는 거냐? 가 보자. 한 발, 한 발 어렵게 어렵게.
 
 
 

 

🏷️ 기억하나? 예전에 나한테 돈 꾸고 외국으로 날랐다는 놈.

전여친한테 갔다는 말은 안 했는데?

오늘 그 놈 결혼식이었어. 내 돈도 다 안 갚고 스드메 다 갖춰서 하객들 부르고 뷔페해서.
그럴 돈 있으면 내 돈 갚으라니까 그 새끼가 나한테 30분을 지랄을 하는데 듣고 있다가 들고 있던 컵을 부셔트렸어.
내가 아직도 등신 같은 염미정 같은가보지. 결혼식 가서 신랑신부 뒤에 서서 가장 살벌한 표정으로 사진찍어 줄 거고 
나올 때 축의금 챙겨 올 거다 죽기로 결심하고 갔어 당신 말대로 일대 다수를 감당하면서.
축복하는 다수 속에 재 뿌리러 가는 1이 되기로 하고 1이 되자 완전한 1이 되어 보자.
사진사가 신랑신부 친구들 나오라길래 일어나는데 그때 전화가 왔어.
이 사람 날 완전히 망가지게 두지 않는구나. 날 잡아주는구나.
 
 
 
 
🏷️ 염미정! 

깜짝이야.

이것만은 알아둬라. 나 너 진짜 좋아했다. 나중에 나도 내가 어떻게 망가져 있을지 나도 모르겠는데. 아무리 봐도 서울역에 있을 것 같은데, 넌 그전에 확 끝낼 수 있으면 땡큐인데... 나 너 진짜 좋아했다.

...감사합니다.

난 사람이 너무 싫어. 눈앞에 왔다 갔다 움직이는 것도 너무 싫어. 내가 갑자기 욱해서 너한테 어떤 모습을 보일지,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떤 말을 할지 나도 몰라. 겁나. 근데 이것만은 꼭 기억해 줘. 나중에 내가 완전 개, 개개개개새끼가 되어도, 나 너 진짜 좋아했다.

녹음하고 싶다.

녹음해. 녹음해! 염미정! 나 너 진짜 좋아했다~
 
 
🏷️ 내가 뭐든 입으로 털잖냐, 근데 이건 안 털고 싶다. 나란 인간의 묵직함, 나만 기억하는 나만의 멋짐. 말하면 이 묵직함이 흩어질 것 같아서 말하고 싶지가 않다. 영원한 나의 비밀

이 말들이 막 쏟아지고 싶어서 혀끝까지 밀려왔는데 밀어 넣게 되는 그 순간, 그 순간부터 어른이 되는 거다. 내가 이걸 삼키다니, 자기한테 반하면서. 나 또 반한다.
 
 
🏷️ 정신이 맑으면 지나온 사람들이 우르르 전부 다 몰려와. 죽은 사람도.
그렇게 있으면 지쳐. 몸에 썩은 물이 도는 거 같아. 일어나자. 마시자. 마시면 이 인간들 다 사라진다.
 
 

 
🏷️ 당신은 내 머릿속의 성역이야. 결심 했으니까. 당신은 건들지 않기로. 잘 돼서 날아갈 것 같으면 기쁘게 날려 보내 줄 거고, 바닥을 긴다고 해도 쪽팔려 하지 않을 거고. 인간 대 인간으로 응원만 할 거라고. 당신이 미워질 것 같으면 얼른 속으로 빌었어.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기를. 숙취로 고생하는 일이 하루도 없기를.

생각해 보니까 나 감기는 한 번도 안 걸렸다.
 
 
 
🏷️ 가끔, 아주 가끔 마시지 않았는데도 머릿속이 조용할 때가 있어.
뭔가 다 멈춘 것처럼 그러면 또 확 독주를 들이 부어. 
편안하고 좋을 때도, 그게 싫어서 깨 버리려고 확 마셔.
살만하다 싶으면 얼른 확, 미리 매 맞는 거야.
난 행복하지 않습니다. 절대 행복하지 않습니다. 불행했습니다.
그러니까 벌은 조금만 주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앉는 게 힘듭니다. 
왔던 길을 다섯 걸음 되돌아가는 것도 못 할 거 같아서
두고 나온 우산을 찾으러 가지도 않고 비를 맞고 갔습니다.
그 다섯 걸음이 힘들어서, 비를 쫄딱 맞고
아, 나는 너무 힘들고, 너무 지쳤습니다.
엄청나게 벌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제발좀!
 
 

 
🏷️ 당신 왜 이렇게 이쁘냐. 아침마다 찾아오는 사람한테 그렇게 웃어. 그렇게 환대해.
 
 
🏷️ 형 환대할게. 환대할 거니깐 살아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