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하다
- 나의 몇 가지 잘못된 점
- 바실리 평전을 위한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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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는 많은 면을 지닌 인물로, 변화무쌍하고, 변덕스러우며, 가끔은 야심 차지만, 가끔은 무기력하고, 가끔은 사색적이며, 가끔은 조급하다. 꾸준한 습관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하며, 습관을 키우려 노력하고, 한동안 진짜 그에게 필요해 보이고 습관이 될 만한 일을 발견하면 크게 기뻐했다. (20)
바실리는 배움에 대한 야망이 있었지만, 그래도 때로는 며칠씩 공부할 마음을 먹지 못한 채, 자신의 불안한 시선을 피하려는 듯 슬금슬금 구석으로 가서, 십자말풀이에 코를 박고 오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모습에 짜증이 나고 무기력해졌다. 그는 십자말풀이를 더 긍정적인 관점에서 자기 개선의 일환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사흘 동안, 그는 시간을 재며 자신을 시험했다. 하루는 십자말풀이의 대부분을 이십 분에 풀었고, 다음 날에는 이십 분에 모두 풀었으며, 셋째 날에는 이십 분에 조금도 풀지 못했다. 그날 그는 규칙을 바꿨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매일 퍼즐을 다 풀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십자말풀이의 거장이 될 날이 분명 다가오는 듯했다. 그날을 위해 십자말풀이에 자주 나오고 적어두지 않으면 곧 잊어버릴 단어들, 이를테면 '스토아: 그리스의 회랑' 같은, 한층 난해한 단어들을 공책에 적어두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십자말풀이로 무언가를 공부하고 있다고 자신을 설득했으며, 황홀한 몇 시간 동안 자신의 저급한 취향과 고귀한 야망이 결합되는 체험을 했다. (21-22)
완전 나야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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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책을 쓰기 시작해, 책을 쓰고, 그것에 뿌듯해하고, 책이 출판되면 신선한 즐거움으로 끝까지 다시 읽고 나서 다음 프로젝트로 쉽게 관심을 돌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는 자기 앞에 무시무시한 공허만 있다고, 계획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다고 느꼈고, 그의 모든 글은 충동에서 나왔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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